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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대나무야 바람과 함께 홀로 춤추는 대나무야다른 대나무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춤을 추고 있느냐 무엇이 좋아서 그렇게 춤을 추는지 키가 큰 대나무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구나가까이서 보니 그제야 이유를 알겠구나높이 자라다 한풀 꺾인 채로 춤을 추고 있었구나이제는 더 높이 자랄 수 없지만 꺾인 몸을 밖으로 내밀어 바람과 춤을 추고 있었구나나도 너처럼 높게 자라다 언젠가 꺾인 몸이 되었을 때 누군가와 걱정없이 춤을 추고 싶구나 2019. 2. 24.
길을 지나가다 길을 지나다 나무를 만났다 오늘따라 단단해 보이는 나무가 나는 부럽다발아래 땅 위로 드러난 뿌리가 그저 안쓰러워 보이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뿌리조차 단단한 나무가 부럽다나무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았나 보다 그래서 온 몸을 단단히 가꿔 사람 손으로는 감히 어떻게 할 수 없도록 했나 보다화분에 담긴 작은 꽃들은 몰랐나보다 가는 뿌리가 버티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죽게 될지 아름다움이 그들을 지켜줄 거라 생각했나 보다하지만 나무도 몰랐을 것이다 날카로운 무쇠가 큰 소리로 그들을 베어버리고 거대한 포크레인이 그들을 뿌리째 뽑아갈지 그에 반해 큰 위협도 없고 내 몸 깊숙이 숨겨진 내 마음은 오늘도 수십번 요동치고 베이고 쓰리며 가끔 송두리째 뽑힌다아무것도 몰랐나보다나무처럼 알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단.. 2019. 2. 21.
전쟁터 2부 오후 7시 40분 포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기숙사 근처라 생각하고 택시에서 내렸지만, 기숙사 위치를 헷갈려 조금 걸어야 했다. 짐을 이끌고 기숙사 앞에 도착했지만, 문을 열 수 없었다. 카드가 아직 인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난관의 연속이다. 그래도 이제 이 짐들은 모두 가져왔으니 한숨 돌렸다 생각했다.우연히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따라 기숙사에 들어가 미리 도착했던 5개의 택배 박스를 풀기 시작했다. 10시에 회의이기 때문에 씻는 것을 고려하면 한 시간 만에 짐을 풀어야 했다. 서둘러 풀었다.이런.모니터 케이블과 마우스를 두고 왔다. 면도크림도 두고 왔다. 오늘 왜 힘들게 모니터를 들고 온 걸까. 혹시나 파손될까 직접 들고 왔는데, 캐리어 위에 실어나르며 불안해하.. 2019. 2. 19.
전쟁터 1부 시간은 12시 43분. 잠을 충분히 자고, 여유롭게 짐을 꾸리고 집 밖으로 나온 시간이다.하지만 나오고서 알았다. 4시 40분이 출발 시간이 아니라 소요 시간이라는 것을. 출발 시간은 3시였다. 2시간 17분이라는 남은 시간이 길어보이지만, 인천에서 판교로 가서 짐을 더 챙긴 뒤 터미널에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간이었다.인천에서 판교 숙소로 향하는 시간이 카카오맵 기준 1시간 50분 소요이며, 버스가 30-40분 간격이라 사실 2시간 30분 이상 걸린 적도 많았다. 거기에다가 판교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을 더하면 이론적으로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다.하지만 항상 희망찬 나니깐, 버스가 끊김없이 달리고 달린다면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환불은 조금 가보다가 하자고 생각했다.생각도 잠시 슬그머니 오.. 2019. 2. 19.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2019. 2. 18.
엄마 홍대에서 갑자기 3시간 정도 할 일이 없어지고, 심지어 핸드폰 배터리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아이쇼핑도 끌리지 않고 아무것도 끌리지 않았다.추운 거리에서 걷다가 문득 누나가 샀다 환불하려는 원피스(옷은 이쁘지만 환불)를 엄마가 입어봤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마를 제지했고, 아빠는 그런 나를 보고 "네가 엄마 원피스 하나 사와."라고 하셨다.이참에 엄마 옷을 하나 골라볼까 싶었다. 갑자기 의지에 불타 머리를 굴려보고는 미쏘 매장에 들어갔다. 엄마의 머리 스타일, 피부색, 얼굴 그리고 분위기를 상상해보며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옷을 찾아다녔다. 엄마에게 어울리면서 고급스러우면서 젊어 보이고 이쁘고 트렌드하여야 한다.결국 원피스가 아닌 하얀색 레이스가 있는 블라우스와 검은색 포인트 버튼 가디.. 2019. 2. 16.
감자튀김 감자튀김 잘릴 지 튀겨질 지 소금이 뿌려질 지 나는 몰랐소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소 그대의 작은 입에 내가 들어가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그대를 통해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소 2019. 2. 14.
25살 반항아 살짝 부끄러운 이야기라 꺼내놓지 않으려 했는데, 아주 힘든 글을 읽고 괜스레 농담 반인 하루를 적어보고 싶어졌다.-어제 새벽 3시가 넘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예상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이미 공기는 영하에 가까웠다. 엄마가 청소를 시작한 것이다. 평소 같으면 '효도해야지' 란 마음으로 도울 텐데 오늘은 머리 속으로 잠을 얼마 자지 못했다는 핑계를 벗 삼아 함께 도망쳤다.이불 안으로 더 안으로 공기와 닿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엄마는 말하는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결국은 걸레를 잡았지만, 힘이 나지 않았다.원하는 만큼 못 잔 탓인가 일주일의 중간 즈음이라 그런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오늘은 피곤해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월요일, 화요일에 나보다 .. 2019. 2. 14.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샤워를 하다 문득 어제 읽었어야 했던, 아니 읽었다면 좋았을 '월요일' 편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가 떠오른,'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이 말에 의하면 시작이 미약하면 끝은 창대하다. 즉, 시작이 미약하지 않으면 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시작이 창대하면'으로 시작하는 명언은 없지 않은가. 새해에 열심히 일출보러 정동진까지 간 사람은 시작이 창대하니 망한 한 해...그렇게 자기 위안을 했다가! 정신을 차리고오늘은 창대하게 '월요일', '화요일'을 모두 읽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1. 월요일, 벌레가 되고서야 벌레였음을 알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p24, "벌레가 되고서야 이미 벌레처럼 살았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p25, "하지만 벌레처럼 살아야 하는 .. 2019.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