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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셋째 날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는 특별한 날이다. 아마 군 생활 중 가장 특별한 날일지 싶다. 아침을 먹고 나는 훈련병 1204번을 찾는다는 말에 급히 뛰어갔다. 개인을 불렀기에 좋은 소식을 기대했다. 혹시 헌병에 지원했던 것으로 따로 면접 보는 걸까. 혹은 병과 선택에 도움을 주려는 상담이 아닐까. 내가 좋은 대학이라는 고정 관념과 함께 좋은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오늘인 6월 25일 혹은 어제 6월 24일 우리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이었다.나는 제가 맞냐고 되물으며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울먹였다. 경기도 광주지 않습니까? 라고 묻는 행정병의 말에 순간 희망을 품었지만, 소식의 주인은 내가 맞았다. 나는 훈련병임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빨간 명찰과 태극기 그리고 이등병 딱지를 달.. 2019. 1. 16.
무제 소대장님 전화번호. 전라도 광주 1:10 출발 17:00 도착.도착 시 전화(신석환 소대장님) 장례식 도착 시 출발 하기 전 포항 도착해서 전화. 2019. 1. 16.
열두째 날 요즘 무릎이 조금씩 아파 걱정이 많다. 앞으로 훈련도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기에 조금의 통증도 나중에 큰 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오전에 총검술 과업 이외에 크게 무리 가는 활동을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제 문득 든 생각을 해보면,1. 여자를 못 본 지 2주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평생에 이럴 날이 오늘 밖에 없을 것이다) 2. 집에 가고 싶다. (는 욕망이 커진다... 생각보다 갇혀있는 게 힘들지는 않지만 그리움이 커져가는 것 같다) 3. 비 온 뒤 구름이 예쁘게 놓인 하늘을 보며 알리미 애들이 열심히 행사 준비하고 있을 것을 떠올렸고, 순간 울컥했다.밖의 생각들을 하다 보면... 아! 그리고 많은 것들의 제약을 받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지냈는지 느낀다. 앞으로 감사할 것 같다. 그리고 매.. 2019. 1. 16.
열한째 날 군은 국가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국가는 주권, 영토, 국민! 이 세 가지 요소...위 내용은 생활반에서 강연을 듣다가 적은 것인데 강연은... 졸려도 자지 못하고 그랬다. 그러고 나서 시작되었다... 총검술 훈련... 총은 3~4kg 정도인데 느껴지는 건 어깨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앞으로 찌른 채 가만히 있을 때 진심 힘들었다. 그렇게 땡볕 아래 2~3시간 정도 있었는데 총으로 훈련해서 그런지 정말 지쳤다. 거기다가 3km 달리기... 오늘따라 무릎도 아픈데 진심 힘들었다. 그리고 별일 없었다. 아! 오늘부로 급식당번이 끝났는데 밥을 많이 줘서 일을 터뜨렸다. (아마도 밥 공급량을 실패해서 난처했던 것 같다)이제 열한째 날이 끝이다. 49일 중 11일을 한 것이다. 다음 주부터는 정말 흥미로운 훈련들.. 2019. 1. 16.
어바웃 어 보이, 2002 출처. 섬들끼리 썸 타는 영화. 섬들이 이비사섬처럼 모두 흥미로운 영화. 제목을 곱씹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에는 윌 이야기이기도 마르크스 이야기이기도. 스스로인 섬 속에서의 자기 방어. 공허를 벗어나 환상의 섬 속에서의 자기 방어. "전 공허하죠. 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몰라요."스스로의 섬을 지키려는 내 현재 상태에 좋은 자극을 준 대사. 스스로의 섬을 잘 지켜서 충분히 가득 차도 섬이니깐.가득 채우는 것만큼 다른 환상의 섬에 가는 것도 중요하니깐. "한 사람에게 문을 열면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으니깐."다른 환상에 섬에 가서 진지해진 대사. 물론 내 주변 섬은 어떨지 모르지만. 2019. 1. 16.
광고거리 15분 정도 일찍 끝난 수업 덕분에 간만에 여유가 찾아왔다. 그냥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향하려다 학교를 한번 걸어보기로 생각했다.걷다가 막 피어난 개나리 냄새를 맡아보고, 피기 직전의 벚꽃을 바라보았다. 향이 느껴졌다. 1년 만에 맞는 향기일 것이다. 그리고 익숙한 도서관 가는 길을 통해 낯선 인문대학 쪽으로 향했다.쉬는 시간이 시작됐는지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학교 내부에서는 막걸리와 음식을 팔고 있었다. 돗자리에 앉아 웃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나는 그 속에 속하고 싶었다. 과연 나는 이미 지는 꽃이고 열매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지 아니면 그냥 즐기지 못하고 지는지 헷갈렸다. 처음 가보는 길 속에서 처음 듣는 연구소들과 건물들을 보며 다양한 감정들에 사로잡혔다. 그리곤 다양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2019. 1. 15.
달빛에 비친 네 모습이 미워보여 뒤로 돌아선 순간 이미 늦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항상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다른 면을 보고 있을 뿐이다.혹은 알아차리지 못하게 노력했을 수도 있지만. 문득 생각이 들었다.군대에 있다는 특이점이 수평선에 나란히 있던 기억을 모두 불러온 것일까.깨달은 것일까. 원래 이랬던 것일까. 이주간의 부재는 너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들게 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전제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도피처를 구해 그곳에 적응하기도 충분한 시간이다.혼자 지내는 시간을 되돌아보며 많은 실망들이 떠올랐을 것이다.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너를 탓한 것은 정말로 내 잘못일 것이다.쉽게 꺼내지 못하는 속마음이라고 더 애태웠을 그 심정을 느끼지 못한 것은 능력의 부재일 것이다. 후회가 아닌 생각이다. 생각이니깐 넘어갈 수 있다. 2018/0.. 2019. 1. 15.
여행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카트란 지타'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나왔다. ‘여행은 잘못된 우선순위를 나를 중심으로 바로 잡도록 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나는 현재 힘들고 외롭고 답답하지만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알 것 같다. 2년 간 군대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이 생겼고 이것대로 나아갈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나를 중심으로 바로 잡힌 생각을 이제는 펼쳐보고 싶지 더 다양한 생각으로 돌아보고 싶진 않다. 2018/01/20 2019. 1. 15.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 출처. 도시에서 아주 먼 시골땅에 긴 시간을 기다릴 경험을 할 수 있는 집. 하룻밤을 머물면서 그 계절 그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매실주를 담그거나 장을 담그거나. 벚꽃 터널이 생길 수 있도록 나무를 심거나.긴 시간 후에 찾아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긴 시간 후를 생각하며 살도록.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닌 촬영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길 적어도 나는 하느님을 원망한 적은 없으니깐.하느님이 생각하지 못하면 적어도 우리라도 해야지. 너의 결점을 보고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리바이스 통큰 바지 사기, 주말에 동대문에 가서 자유롭게 쇼핑하기. 땅 살 지역 찾아보기. 2019.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