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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전쟁터 2부

by 코디브라이트 2019. 2. 19.

오후 7시 40분 포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기숙사 근처라 생각하고 택시에서 내렸지만, 기숙사 위치를 헷갈려 조금 걸어야 했다.
짐을 이끌고 기숙사 앞에 도착했지만, 문을 열 수 없었다. 카드가 아직 인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난관의 연속이다.
그래도 이제 이 짐들은 모두 가져왔으니 한숨 돌렸다 생각했다.

우연히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따라 기숙사에 들어가 미리 도착했던 5개의 택배 박스를 풀기 시작했다.
10시에 회의이기 때문에 씻는 것을 고려하면 한 시간 만에 짐을 풀어야 했다. 서둘러 풀었다.

이런.

모니터 케이블과 마우스를 두고 왔다. 면도크림도 두고 왔다.
오늘 왜 힘들게 모니터를 들고 온 걸까. 혹시나 파손될까 직접 들고 왔는데, 캐리어 위에 실어나르며 불안해하고 한두 번 떨어뜨려 가슴 아파하며 들고 왔는데 모니터 케이블은 없었다. 작은 노트북 모니터가 원망스럽진 않지만 큰 모니터 옆에서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그렇게 짐 정리를 생각보다 빠르게 마치고, 10시에 기숙사 회의에 들어갔다.

이번에 친구와 같이 외국인들과 남녀가 같이 사는 기숙사에 들어왔다. 복학생이라 너무 학교에서 외로울까 친구와 신청했는데,
나 빼고 이미 다 친한듯 싶었다. 대학에서 어느 집단이든지 처음에 들어가면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1학년 때처럼 쉽게 다가갈 용기가 없다.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길 바라며 할 일을 묵묵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역할 분담을 할 때도 기숙사에 관한 설명을 할 때도 나는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지만, 주변에는 서로 물어보고 난리였다.
마음 속엔 불안함과 떨림이 가득하고 손짓 발짓 하나하나 신경 써 가며 몸을 이리 움직이다 저리 움직이다 주변에 대한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겉으로는 차분한 척했다.

순조롭게 회의는 끝났지만 주변 알았던 얼굴들을 뒤로 한 채 빠르게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외국인들은 지나가면서 눈인사를 건네는데 나만큼 낯을 가리는 것 같다. (처음에 한두 번 눈인사를 하다가 최근에는 또 서로 못하고 그저 어색함으로 가득하다)

저녁을 먹지 않아 뒤늦게 편의점으로 향했다. 나가는 길에 같은 학번 친한 친구와 한 학번 선배를 만났다. 같이 술도 먹던 형이지만 오랜만에 보니 어찌 인사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결국 어색하게 손 인사를 건네며 편의점으로 조깅하는 척 뛰어갔다. 달려가면서 마음엔 걱정이 가득하다.

편의점으로 걸어가는 동안 풋살장이 있다. 원래라면 친구들과 같이 지나가며 누가 풋살을 하는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그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지나갈텐데, 이젠 조금 다르다.

혹시나 내가 아는 얼굴일까.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있었던 친구들인가 재차 확인해보며 괜스레 시선을 둔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다 어색하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하루였다.
뭐랄까. 전쟁터에 나는 처음왔는데, 팀이 아닌 개인전으로 참여한 느낌이다. 대개 새로운 전쟁터에 가면 팀에 합류하지 않는가.
같은 학과라든지 같은 팀이라든가. 이런 경험 오랜만이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오랜 시간 전쟁 중이었고 견고한 팀들도 있는데.
예전 전우들은 다른 팀에 있는 것 같아 말도 쉽게 못 붙이겠고 그렇다. 룸메만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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