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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전쟁터 1부

by 코디브라이트 2019. 2. 19.

시간은 12시 43분.
잠을 충분히 자고, 여유롭게 짐을 꾸리고 집 밖으로 나온 시간이다.

하지만 나오고서 알았다. 4시 40분이 출발 시간이 아니라 소요 시간이라는 것을.
출발 시간은 3시였다. 2시간 17분이라는 남은 시간이 길어보이지만,
인천에서 판교로 가서 짐을 더 챙긴 뒤 터미널에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인천에서 판교 숙소로 향하는 시간이 카카오맵 기준 1시간 50분 소요이며,
버스가 30-40분 간격이라 사실 2시간 30분 이상 걸린 적도 많았다.
거기에다가 판교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을 더하면 이론적으로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항상 희망찬 나니깐, 버스가 끊김없이 달리고 달린다면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환불은 조금 가보다가 하자고 생각했다.

생각도 잠시 슬그머니 오후 6시 표로 변경하였다. 밤늦게 회의가 잡혀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울로 갔다가 다시 판교로 향하는데,

아아... 무언가 오늘따라 두 버스를 5분 정도만 기다리고 판교로 부드럽게 달리고 있었다.
이럴 때 참 버스 전용 도로를 만드는데 기여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렇게 달려 판교 숙소에 2시 30분쯤 도착하려했다.
남은 시간은 30분.
판교에서 터미널까지 택시로 걸리는 시간은 10분.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15분.
짐 싸는데 걸리는 시간 적어도 15분.

할 수 있어. 회의 가야지 찬영아!

짐을 포기하자. 운동기구는 다음에 챙기고 전자제품들만 챙기자.

나는 버스안에서 카카오 택시를 과감히 불렀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뛰어내려가 택시에 탑승했다.

택시에 탑승해 숙소 지하주차장으로 향하고, 나는 시외버스터미널 예약을 다시 앞당기려했다.

그러다가 숙소에 도착해 빠르게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32인치 모니터와 종이가방에 다른 것들을 급히 챙기고 바로 뛰쳐나왔다.

가는 길에 예약을 앞당기려 했지만, 남은 자리가 1자리가 있었지만, 시간이 15분 밖에 남지 않아 예약을 앞당길 수 없었다.

남은 한 자리도 숙소로 가는 길에 내가 변경하려다 카드번호를 잘못 입력해 빈 자리 같았다.

하지만! 현장 예매를 빠르게 한다면 탈 수 있다.

아저씨! 택시 기사 아저씨! 달려주세요 제발!

우리는 달렸다. 하지만 신호는 오늘따라 길었고 마음 속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아니야 정신차려! 이곳은 성숙한 시민들이, 나름 여유롭게 사는 시민들이, 집 좀 산다는 시민들이 사는 판교야.

겉으로라도 마음에 평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터미널에 도착했다. 2시 55분.

눈 앞에 매표소가 보이지 않아 다짜고짜 옆에 지나가는 분에게 물어보았다.

"매표소는 지하에 있어요."

뛰었다. 다행히 매표소에 줄이 없었다.

"포항 바로 3시 차요!!!"

내 뒤에 노부부도 무언가 급하다고 줄을 양보 받길 희망하고 계셨다.

한 자리는 내 자리였다.

"어서 달려가요 청년! 00번 게이트에요!"

캐리어와 32인치 모니터 그리고 바형 스피커와 키보드 등 여러 가지 가득한 대형 종이가방을 힘차게 끌고 갔다.

사실 짐이 많아서 뒤로 걸어가며 뛰지도 못했다.

땀은 흐르고 있었다.

다행이 버스는 점검으로 5분 지연되어 탈 수 있었다.

"하아..."

만약 신호 하나라도 더 대기했다면, 버스를 하나라도 놓쳤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가끔 이런 내가 천재같기도 하다.

땀에 젖은 몸을 이끌고 버스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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