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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시를 통해

by 코디브라이트 2019. 3. 1.

최근 길을 지나다 '시를 통해 헤아리는 삶의 지혜' 강연 포스터를 지나치곤 했다.
듣고 싶었지만, 나에겐 사치였다. 그리고 한 주의 끝이자 강연날인 오늘,
오늘만 버티면 여유로워질 수 있기에 바쁜 걸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같은 포스터에서 '연사 | 나태주'란 작은 글씨를 보았다.
날짜가 어제가 아닌 오늘이라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설렜다.
(생각해보면, 포스터를 볼 때 제목과 사진 속 아저씨만을 확인하는 것 같다)

강연의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그리고 졸지 않기 위해 커피를 사 들고 강연장으로 뛰어갔다.
강연장 앞엔 5명 남짓의 사람들이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장소가 바뀌었다는 깨달음과 나처럼 바뀐 줄 몰랐던 시인을 만났다.
작은 키에 검소한 옷차림과 한 손에는 작은 종이 가방을 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시인이었다.
그리고 옆에는 한껏 멋을 부리신 시인의 아내가 계셨다.
바뀐 강연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당신의 팬입니다."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을 팬이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시인의 팬이다. 그래서 팬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나에게 시집 한 권을 주시고는 다시 걸어가셨다. 

강연이 시작되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감성적이고 따뜻하며 아주 유쾌하고 울림이 있었다. 또 꼰대도 있었다.
(TMI, 시작 즈음에 자신의 시를 아는 사람 있는지 물었을 때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사진은 '인생'이라는 시를 설명하는 나를 친구가 찍은 것이다)

강연에 대한 기억이 휘발될 수 있으니 키워드만 적어보자면,

-
오는데 택시비 11000원 나왔는데, 1000원 깎아줌.
각자에게는 좋은 사명이 주어져 있고, 많은 사람을 이끌어야 하며, 애국심을 가져라.
50년간 초등학교 교사, 그래서 학교로 강연 안가고 싶은데 자주 감.
울산공대 처음와봤는데, 꽃을 잘 관리하니 좋은 학교다.
겉으로 조그만 나는 졸렬하다.
시 '풀꽃' 뿐만 아니라 '너'를 사랑해야 한다. '나'가 아니라 '너'. '너'들이 한 일이다. '너' 없이 '나' 없다.
'너'는 과분하다. 자식도 과분하다. 혹독하지 않고 너그럽게 대할 걸 그랬다.
결혼해라. 둘 이상 자식을 낳아라. 가르쳐라.
사랑은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는 것이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해서 내가 지는 것이다.
교생 시절 예쁜 꽃을 보고 '풀꽃'은 쓴 것이 아니라 예쁘지 않은 아이들을 보고 '풀꽃'을 쓴 것이다.
아들도 예쁘지 않아서 그에게 시를 썼다.
다산 선생 曰 "녹차를 즐겨 마셔라. 일찍 일어나라. 기록하기를 좋아하라."
김태길 교수 曰 "한 분야 달인이 돼라. 경쟁 상대를 국외에서 찾아라.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해라."
깍두기로 간 알제리에서 만난 자신의 팬인, 눈이 한국 여자의 두 배쯤 되는 여인.
그녀를 한국에 초대해 소원을 다 들어줌.
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부분이다. 마지막에 반전이 중요하다.
노년기가 가장 핵심이다.
동창회에 가면 45등이라 놀림받는다.
괴테 曰 "시는 어린아이에게는 노래가 되고 젊은이에게는 철학이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된다."
-

 

몇 편의 시를 읽어주는 것으로 강연이 끝나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혹시 '멀리서 빈다'라는 시를 어떤 감정으로 쓰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언젠가 죽을 병에 걸렸을 때, 병원에서 치료를 무사히 받고 나오면서 시를 쓰게 되었다."


그리고 다 같이 복창했다. '우리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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