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 나무를 만났다
오늘따라 단단해 보이는 나무가 나는 부럽다
발아래 땅 위로 드러난 뿌리가
그저 안쓰러워 보이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뿌리조차 단단한 나무가 부럽다
나무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았나 보다
그래서 온 몸을 단단히 가꿔
사람 손으로는 감히 어떻게 할 수 없도록 했나 보다
화분에 담긴 작은 꽃들은 몰랐나보다
가는 뿌리가 버티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죽게 될지
아름다움이 그들을 지켜줄 거라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나무도 몰랐을 것이다
날카로운 무쇠가 큰 소리로 그들을 베어버리고
거대한 포크레인이 그들을 뿌리째 뽑아갈지
그에 반해 큰 위협도 없고
내 몸 깊숙이 숨겨진 내 마음은
오늘도 수십번 요동치고 베이고 쓰리며
가끔 송두리째 뽑힌다
아무것도 몰랐나보다
나무처럼 알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단단했을까
아니면 꽃처럼 무언가가 지켜줄 거라 생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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