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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라디오를 켜면

by 코디브라이트 2019. 2. 7.

낮에는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
제일 먼저 누나 그리고 아빠 마지막으로 엄마를 마중하면 홀로 집에 남는다.
하루가 특별하지 않을 예정이라도 낮에는 조금 힘이 난다. 오늘은 엄마가 부탁한 유리창 닦기를 꼭 완료하고자 다짐하고 닦기와 쉬기를 반복한다. 깨끗해진 유리창과 다르게 내 하루는 여전히 흐릿하다.

마무리를 짓고 침대에 누우면 밤이 온다. 아버지가 돌아오신다.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누나가 들어온다. 아버지는 다시 운동을 가시고 누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자기 놀고 싶을 때만 나랑 논다.

밤이 고요하다는 말이 사실 밤에 내가 고요하다는 말임을 크게 깨닫고 몸부림친다. 어떻게든 여기 두리번 저기 두리번 핸드폰을 두리번 집안을 두리번 하지만 고요하다. 

모든 의욕이 바닥을 찍으면 그제서야 라디오가 듣고 싶어진다. 그렇게 라디오를 켜면 종일 울리지 않던 핸드폰에 알림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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