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

최고의 하루

by 코디브라이트 2019. 1. 29.

출처

매일 저녁 11시가 지나고 12시가 다가오면 '오늘은 일찍 자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마지막 아쉬움을 덜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새벽 1시 혹은 2시까지 밤을 지새우다 뒤늦게 잠이 든다. 물론 그렇게 잠이 든 다음날은 커피 없이 하루를 버티기 힘든 하루가 된다.

그러나 어젯밤은 달랐다.

오히려 밤을 지새우려 산토리 위스키, 진저에일, 토닉워터(진로 아니고 토마스 헨리, 병당 2500원 호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 왔다. 더블데이트를 위해 방문한 친구가 사 온 마카롱(일명 회기 마카롱)대미를 장식한 안주였다. 

저녁 식사는 우선 꽃등심을 구워 곧바로 허브 솔트에 찍어 먹으며 잠깐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목살구이와 비빔면 그리고 파김치 등을 만들어 배불리 먹었다.

감탄할만한 저녁 식사였고, 우리 넷은 술을 준비하고 영화를 틀었다.

날의 영화는 '노트북'이었다. '인생 영화' 카테고리에서 내 여자친구 눈에 들어온 영화였는데 마침 모두 안본 것이라 선택했다. 위스키 한 잔에, 웃음소리에, 그러다 안주 하나에, 우리는 적당히 취했고 적당히 생각하며 서로 적당히 이야기하는 이 밤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아침이 밝았다.

친구 커플은 서둘러 집을 나섰고, 우리는 오랜만에 여유로운 데이트를 즐길 생각이다. 

우선 집 앞에서 해장할 겸 추어탕을 먹을 것이다. 다 먹으면 카페에 가서 깔끔한 드립 커피와 산미가 충분한 커피 두잔을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대화의 주제는 맛있는 커피로 시작해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서 전시회를 보러 걷기 시작할 것이다. 춥지만 거리를 걸으며 문득 떠오르는 아무 말을 서로에게 건넬 것이고, 우리는 웃을 것이다. 길 가다 주변에 보이는 사물에 담긴 서로의 추억을 말할 것이고, 우연히 눈길에 들어온 건물에 갑자기 들어가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걷다 전시회를 보러 들어가 갑자기 조용한 분위기에 놀라 웃음을 지을 것이다. 말없이 전시회를 각자 둘러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시선을 마주치고 밖으로 나와선 서로 작품을 이해 못 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 웃을 것이다. 웃음이 끝나고는 순간 나름의 소감을 말하며 서로의 생각도 읽을 것이다.

배가 고파질 것이다. 저녁 식사는 복잡한 시내가 아닌 뜸뜸히 분위기 있는 식당들이 존재하는 문래에 가서 먹을 것이다. 웨이팅이 있다면 조용한 거리 가운데 우리 둘의 이야기로 거리를 채우며 쏘다닐 것이다. 밤거리 조명이 아름다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그러다 보면 이제 들어오라는 식당 사장님의 전화도 올 것이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며,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을 할 것이다. 너무 좋아서 나중에 또 오자는 약속을 서로에게 하고 근처 좋은 음악이 흐르는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실 것이다.

칵테일은 오늘따라 달달하고 우리 둘을 취하게 할 것이다. 그러다 사장님은 우리에게 혹시 듣고 싶은 노래가 없는지 물어볼 것이고 우리는 가게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말씀드릴 것이다. 더 취할 것이다.

밖으로 나와 우리는 취한 채로 이제 뭐하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야경이 보고 싶다고 서로 의견이 통해 택시를 타고 야경을 보러 갈 것이다. 

높은 곳으로 오르며 하나의 이어폰으로 서로 같은 음악을 들을 것이다. 순간 가로등 빛 사이로 비가 내리는 게 보일 것이고, 우리는 "비가 온다!"고 외치는 순간 코트 위에 하얀 눈이 쌓일 것이다. 우리 둘뿐인 거리에 내리는 분위기에 취할 것이다.

그렇게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서로의 손을 맞잡고 행복한 미소를 띄울 것이다. 그리고 근처 지하철 역으로 택시를 타고 돌아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잠들기 전까지 전화하며 웃으며 잠들 것이다.


-

뻥이다.

물론 사실을 기반한 뻥이다.

토요일 저녁 남자 셋이서 하이볼을 먹으며 영화 '노트북'을 본 것과 저녁 식사 메뉴는 사실이다.

그 외에는 뻥이다. 

어떻게 뻥을 칠까 오랜 고민을 했는데, 최고의 하루를 만들기에 옆에 누군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여자친구도 없고, 친구들이 떠나 홀로 남은 집은 그날 하루는 어떤 날보다 외로웠다.

출근에 대한 압박도, 부지런한 삶에 대한 압박과 잠시 사라진 요즘 나는 의욕이 없는 며칠을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전시회가 보러 가고 싶었고, 요즘 핫하다는 문래에 가고 싶었다. 아 그리고 야경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다.

어쩌면 뻥으로 다른 사람을 옆에 뒀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적은 것 같기도 하다.

현실은 곧 눈을 수술하고 집에만 있을텐데.

아이고.

'주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디오를 켜면  (3) 2019.02.07
눈물  (2) 2019.02.05
잠들기 전  (2) 2019.01.26
길들여진 족발  (0) 2019.01.20
광고거리  (0) 2019.01.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