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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잠들기 전

by 코디브라이트 2019. 1. 26.

7개월이 지나고 목요일이 되었을 때, 인턴은 끝나려 했다.
끝이 났다고 정신 차리기 싫어 곧바로 친구를 봤고,
오늘은 단정히 차려입고 시작이 바쁜 만남을 가졌다.
집에 돌아와 썸바디를 보며 시간을 흘리다 정말로 끝이 나버렸다.
잠을 자고 일어나 끝을 맞이한 정리를 하려 한다.

트렐로로 할 일들을 정리하고,
인증샷을 이쁘게 찍고,
블로그에 그동안 못 썼던 글도 쓰고,
복학까지 남은 기간 계획을 세우고,
저녁에는 스키장 간 듯이 판교에서 놀아보려 한다.

아니다. 쓰다 보니 지금 뭐라도 쓰고 싶어졌다.

익숙해졌던 환경을 또 벗어나게 될 것이다. 몇 번이고 '좋았다', '싫었다' 반복한 판교를 떠날테고
이제야 합을 맞춘 팀원들과도 더는 만나지 못할 테고, 힘을 서로 주고받았던 친구와도 이별할 것이다.
사실 몇 주 전까지 다른 환경으로 가고 싶어서 퇴근 후에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뭐랄까 하고 싶은 것들이 환경을 옮긴 후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의욕이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조금 다르다. 떠나보내는 것들이 더 떠오르고 혹시 부족하게 기억될만한 것이 있을까 뭐라도 채우고 싶다.
며칠 전 엘리엇이 나에게 "아쉬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그냥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그냥 바쁘다"고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 동안 더 노력하고 바쁘게 지내려고 조금 더 뭐라도 채우려고 하는 노력이 아쉬워하는 내 모습 같다.
아쉬운 마음에 여러 욕심을 내고 싶지만, 그냥 잠을 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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