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오늘은 할머니의 발인이 있는 날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내가 부대로 복귀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발인을 준비하고 장례식장 정리를 했다. 중요한 것은 군대 약발이 떨어져서인지 6시보다 늦게 일어났다.
영정 사진을 내가 들었다. 큰아빠가 드실 줄 알았는데 내가 드는 것이었다. 할머니를 모셔 차에 태우고 먼저 할머니 집에 들렀다. 할머니 집에 가서 집 뒤 밭을 보여드리고 집을 보여드렸다. 갑자기 우시는 삼촌을 보며 순간 힘들었다. 사진을 들고 있는 나를 보시는 다른 할머님들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고 나서 바로 묘지로 향했다. 묘지는 할아버지보다 살짝 높은 곳에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할아버지 옆에 묻히는 게 싫다고 하셨는데 그 바람을 이루어 드렸다. 직접 흙을 넣고 밟아보면서 예우를 다졌다. 할머니는 예쁘게 차려입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다.
나는 발인을 마치고 서둘러 포항으로 갈 준비를 하였다. 식장으로 들어가 다시 군복을 차려입고 차를 타고 나섰다. 가족들과 다 함께했다. 2박 3일 동안 식욕이 있지 않았었는데 갈 시간이 되니 식욕이 왕성해졌다. 누나가 사준 초코치노를 마시며 나는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에 도착해 은행을 찾아 헤매다 시간을 낭비하고 먹고 싶었던 냉면을 급하게 먹고 부모님과 전화 후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에 복귀하니 동기들이 아주 힘든 얼굴로 완전무장을 하고 돌아왔다. 다 같이 힘든 것을 씻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2박 3일간의 청원휴가로 나는 많은 경험을 했다. 동기들은 못 했기에 그 시간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꼈다. 물론 할머니를 보내드리며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말로 표현 못할 감정들을 느꼈다. 부족했던 배를 채우고 휴식도 취했다. 무릎이 아팠던 것도 나을 수 있었다. (후에 생각해보니 무릎이 영원히 고장 날 뻔했는데 할머니 덕분에 괜찮은 것 같다) 지금 일기를 쓰지만 정말 이 시간에 감사한다. 이것이 열다섯째 날이다.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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