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는 특별한 날이다. 아마 군 생활 중 가장 특별한 날일지 싶다. 아침을 먹고 나는 훈련병 1204번을 찾는다는 말에 급히 뛰어갔다. 개인을 불렀기에 좋은 소식을 기대했다. 혹시 헌병에 지원했던 것으로 따로 면접 보는 걸까. 혹은 병과 선택에 도움을 주려는 상담이 아닐까. 내가 좋은 대학이라는 고정 관념과 함께 좋은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오늘인 6월 25일 혹은 어제 6월 24일 우리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제가 맞냐고 되물으며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울먹였다. 경기도 광주지 않습니까? 라고 묻는 행정병의 말에 순간 희망을 품었지만, 소식의 주인은 내가 맞았다. 나는 훈련병임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빨간 명찰과 태극기 그리고 이등병 딱지를 달고 점심을 먹고 광주로 향했다. 이쯤되니 점점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버스 시간이 한참 남아 마트를 들렀다. 훈련소 안에서는 사회로 나가면 뭐든 먹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많은 것들을 눈으로 봐도 아직 맛이 느껴졌다. 그중 내가 산 것은 레쓰비 한 캔. 불침번 때 커피를 타서 드시는 소대장님을 보며 먹고 싶던 것이다. 그렇게 한 캔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는 내리 잠만 잤다. 잘 자다가 휴게소에 들어와 잠이 깼다. 가장 먼저 화장실을 가고 사 먹을 게 없어 물을 먹은 뒤 나와보니 눈앞에는 정말 푸른 산에 하늘을 뭉게뭉게 뒤덮은 구름이 있었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내가 그대로 따라 그려도 예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나는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썼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내렸다. 바로 택시를 타고 그린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특실 302호에 계셨다. 식장 1층에 던킨 도넛도 있고 시설이 좋았다. 올라가 보니 군복 모습인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바로 절을 드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상복이었고, 머리도 짧아서 어색했다. 많은 걸 물어보셨고 많은 걸 말했다. 그렇게 실컷 조그마한 웃음을 짓고 상주의 역할을 다 했다. 군인인 상태로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도 많았다. 그렇게 평소보다 늦게 잤다. 이것이 열셋째 날이다.
2016/06/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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