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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혐오와 사랑 ('아가미'를 읽고)

by 코디브라이트 2022. 10. 2.

진우와 판교 네이버 건물에서 완독했다🙂

책을 읽기 전, 내가 알고 있던 최소한의 정보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소설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가미가 달린 비늘을 가진 소년. 이름은 곤. 이 소년은 아버지가 자신과 자살을 하려다가 살아남게 된 소년이다. 이 소년을 살려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할아버지는 딸이 버린 손자와 함께 산다. 손자의 이름은 강하. 글을 읽으며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곤을 괴롭히고 함부로 대한다. 그리고 강하의 어머니. 이름은 이녕. 연예인을 꿈꾸다가 최악의 상황들을 겪으며 강하를 임신하고 버리고 결국 정신병을 지닌 채 가족으로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곤이 구해준 여성. 이름은 해류. 일반적인 직장인이지만 직장 속에서 성추행 등을 겪으며 힘든 나날을 보낸다.

이들의 관계를 서사로 풀어내고, 시간의 흐름동안 발생하는 일들을 그린다.

소설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강하가 곤을 대하는 모습이 글을 읽기 힘들 정도로 함부로 대하고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근데 결론적으로 그 혐오가 느껴지느 모습들을 하나의 사랑으로 포장한다.

약자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결함을 가지고 있고 온전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그 속에서 서로는 부담이 될 수 있고 서로에게 따뜻하게 대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말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것들이, 가까이 봤을 때 비극이라는 말이 여기에 그게 적용될지도 모른다. 강하가 보이는 폭력적인 행동은 어쩌면 눈살을 찌푸려지지만, 현실 속에 만연한 혹은 내가 했던 행동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으로 포장하는 예쁜 것들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이 다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할지 모른다. 즉, 서로의 상황히 온전치 못할 때, 자연스럽게 혐오가 동반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온전히 사랑하고 예쁘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서로 인연을 끊거나 잊거나 피하거나 버릴까.

어쩌면 끝까지 곤을 세상으로부터 지킨 강하를 현실 속 사랑의 하나의 종류라고 작가은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페이지, p194

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강하가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오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그건 차라리 혼돈에 가까운 막연함이라는 걸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 강하와 할아버지만이, 그리고 막판에 이녕 씨만이 둘러싼 세상의 전부였던 당신에게, 이것은 선뜻 이해가 가는 말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관계에 있어서 고민이 많은 상태였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언제나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느꼈다. 결국은 어렵지 않을 주기로 사람들을 만나다가 가족 혹은 매일 보는 동료의 경우는 그럴 수 없기에 또한 책임과 역할이 있기에 고민이 깊어만 갔다.

이 상황에서 책은 나에게 당신의 현 상태, 사랑과 증오가 동시에 존재하는 마음이 그런 불안정하고 막막한 상태가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사랑에 있어서도, 제일 가까운 상대에게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결국 확신이라고 없다는 사실 뿐이라고 말한다.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고군분투하던 시절과 내가 확신을 주어야겠다고 노력하는 현재의 나에게 좋은 답이 될지도 모르는 책의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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